11/09/2026
알루미늄에 빛나는 꽃잎을 수놓다
신용산역에서 아모레퍼시픽 사옥으로 이어지는 길. 평범한 지하 통로에 들어서는 순간, 은빛 벽과 천장 사이로 수많은 빛이 흩날립니다. 마치 꽃잎이 천천히 쏟아지는 듯한 이 공간은 stpmj가 설계한 ‘꽃빛’입니다.
빛나는 꽃잎의 정체는 알루미늄 패널에 뚫린 작은 타공입니다. 패널 뒤에 숨겨진 조명은 흰색 콘크리트 벽을 한번 비춘 뒤 반사되어, 수많은 구멍 사이로 부드럽게 새어 나옵니다. 차갑고 단단한 금속이 빛을 만나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되죠.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러 형태의 꽃잎을 계획했지만 실제 제작 과정에서 가공 시간과 비용이라는 현실을 마주했고, 형태를 단순화하는 대신 크기와 배열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천장에서 아래로 흩어지는 빛의 풍경이 완성됐습니다.
재료를 고르고, 자르고, 빛을 시험하고, 다시 조정하는 과정. ‘꽃빛’은 알루미늄이라는 하나의 재료가 얼마나 섬세하고 낯선 풍경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매일 지나치는 지하 통로가 잠시 일상과 다른 세계를 잇는 문턱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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